2023 크리스마스 특촬 합작
< 너야말로 최고의 선물 > - 슈로
임금님전대 킹오저(2023) / 라클레스 하스티 & 기라 하스티
크리스마스 이틀 전, 기라는 라클레스의 방 문 앞에 서 있었다. 그가 과연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 아니면 오히려 비웃을지 확신하지 못했기에 방 문 앞에서 10분정도 서있었으나, 마음을 굳혔는지 심호흡을 하고 노크를 했다. 곧이어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고, 기라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한 뒤에 문을 열고 눈을 꼭 감으며 소리쳤다.
"라, 라클레스!! 부탁이 있어! 나랑!! 가, 같이! 서로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러 가지 않을래!!"
방에 들어오자마자 기라가 큰소리를 낸 것에 놀랐는지, 기라의 부탁에 놀란 건지, 둘 다 인지 라클레스는 10초간 굳었다. 라클레스가 말이 없는 것에 기라는 부탁을 거절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체념해서 나가려고 했지만, 겨우 입을 연 라클레스의 말에 놀랐다.
'•••역시 거절하려는 거겠지? 그래, 내가 그럼 그렇지, 뭐. 거절하면 그냥 나가야겠다.'
"거, 거절해도 상관없어!"
"•••그 말을 기다렸다."
"엥?"
"같이 쇼핑 가자는 뜻이잖니?! 그 말을 하길 기다렸다고!! 언제 갈래? 아, 그렇지!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금 갈래?"
"어, 어? 그러면 내ㅇ•••."
"내일?! 좋아. 그러면 내일 아침 먹고 바로 가는 게 어때?! 내일 일정도 내가 다 계획해 둘 테니까!!"
"그, 그래! 좋아!"
"그러면 오늘 업무는 서류 후에 6왕국 평화 회의지? 그러면 그때 보자. 오늘도 힘내! 아, 내일은 내(僕)가 깨우러 갈게."
"아, 응."
오히려 라클레스는 기라가 자신과 같이 쇼핑 가자는 말을 하길 기다렸다고 말하며, 먼저 말을 꺼낸 기라보다 더 흥분했다. 라클레스의 그 모습에 기라는 얼떨결에 내일가자고 했고, 라클레스도 동의하면서 내일 아침식사 직후에 가기로 약속해버렸다. 덤으로 내일 일정도. 라클레스는 얼떨떨하고 있는 기라에게 힘내라고 응원한 후에 할 일을 하러 갔고, 자연스럽게 라클레스의 방에는 아직도 얼떨떨해서 굳어 있는 기라만이 남았다. 라클레스가 떠나고 10분 후 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기라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방음을 확실하게 한 후에, 절규를 했다. 기쁨 반, 당혹스러움 반으로.
"해, 해냈다아아아아아아!!!!! 근데 왜 오히려 라클레스가 더 기뻐하는거야아아아아!!!! 그래도 기뻐!!!! 기쁘긴 한데 라클레스가 너무 밝아서 어색해애애애!!!"
*
우주의 한 구석에 있는 행성, 치큐. 6왕국이 다스리는 이 별에, 의외로 있는 기념일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서로에게 선물을 골라주는 한때는 사이가 틀어졌던 형제의 이야기. 그리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형제의 이야기다!
*
너야말로 최고의 선물
라클레스 하스티 X 기라 하스티
*
열심히 절규를 지른 후, 겨우 진정한 기라는 오늘 할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방에서 나갔다. 회의실로 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던 중에,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으나, 곧이어 그 목소리의 주인이 제라미라는 것을 알고서는 진정했다. 제라미는 기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고, 기라는 딱히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제라미의 말에 비명을 질렀다.
"안녕?"
"악! •••뭐 야, 제라미였어? 놀랐잖아!"
"하하, 미안. 근데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무, 무슨 일이라니? 딱히 없는데."
"오늘따라 기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아까 오늘 길에 라클레스를 봤는데, 기분 좋아 보여서 말야. 혹시 라클레스가 너에게 무슨 짓 했,"
"으아아악!!! 아니!! 절대 아니야!! 오히려 내가 라클레스에게 한 거야!"
기라의 너무나도 격렬한 반응에 이상하다고 생각한 제라미는 기라를 추궁했고, 그 추궁이 먹혔는지, 기라는 라클레스와 쇼핑 가기로 한 것을 말했다. 생각보다 평범했기에 기라에게 정말이냐고 했고, 기라는 형제끼리 쇼핑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제서야 안심한 제라미는 그런 일을 왜 숨기려고 했는지 물어봤으며, 기라의 대답은 의외였다.
"무슨 일 있었는데 그래? 친구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일이라도 당했어?"
"벼, 별거 아냐! 그냥 형제끼리•••."
"형제끼리 뭐?"
"혀, 형제끼리! 크리스마스 선물 사러 가기로 했어! 그것뿐이야•••!"
"정말이야?"
"응!! 형제끼리 쇼핑 갈 수도 있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한데, 왜 숨기려고 한 거야? 그런 일이라면 숨기지 않아도 되잖아."
"그야, 부끄럽잖아•••. 특히, 너랑 얀마에겐 들키고 싶지 않았어."
기라가 자신과 얀마에겐 들키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었으니까. 그 말에 제라미의 머릿속은 엉망이 돼서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가, 기라의 말에 겨우 정리됐다. 머릿속이 정리되자마자 제라미는 주문을 외우듯이 기라에게 속사포로 왜 자신과 얀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냐고 물었고, 기라는 살짝 놀라며 '둘이 짜고 진심으로 훼방 놓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제라미는 그럴 리 없다고 말했지만, 찔리는 것이 있어서 말끝을 흐렸다.
"어, 제라미?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왜? 왜 나랑 얀마에겐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너와 내 사이가 그런 의심을 받을 정도로 멀었었어? 진짜 어째서야, 기-"
"지, 진정해! 뭔가 나랑 라클레스가 쇼핑 간다고 하면 둘이 짜고 진심으로 훼방 놓을 것 같아서야. 빨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어이쿠. 얀마면 모를까,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확실히 찔리긴 하지•••? 전에도 몇 번 그랬잖아. 나랑 라클레스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려고 할 때 우연히 같은 카페에 있었던 적도 있고."
그렇다. 사실은 전에 라클레스와 기라가 둘이서만 카페에서 데이트를 했을 때, 얀마와 제라미는 '우연'을 가장하여 훼방을 놨었던 적이 있던 것이다. 그때는 기라에게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였었지만, 기라도 눈치채고 있었다. 기라의 추궁에 제라미는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고 방해하고 싶어 졌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방해하지 않겠으며, 방해한다면 곳칸에서 징역형을 받겠다고 기라에게 맹세했다. 제라미가 그런 말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기라는 당황했지만, 시간이 다 되어 6왕국 평화 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달려갔고 제라미는 그 뒤를 따랐다.
"들켰어?"
"솔직히 나라도 이상하다는 건 눈치챘었어."
"••••••그렇네. 기라 너만이면 모를까, 그 예의범절 없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이가 너와 함께 쇼핑이라니. 확실히 카페에서 둘이 데이트 했었을 때처럼 방해하고 싶어졌어."
"진짜로 방해할 거야•••?"
"이번에는 하지 않을 거야. 갓 타란튤라에게 맹세할게. 아, 그리고 내가 어긴다면 나는 곳칸에서 징역형을 받겠어."
"뭐?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빨리 안가면 평화 회의에 지각할 거야?"
"엑, 뭐? 아악 진짜!!"
*
겨우 도착한 회의장. 이미 기라와 제라미를 제외한 왕들과 측근들은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기라가 앉을 왕좌 왼쪽에는 화해한 후에 언제나처럼 라클레스가 서있었다. 어째서인지 모를 미소를 띄고 있는 얼굴로. 그 얼굴에 의아한 기라는 왕좌에 앉기 직전에 귓속말로 라클레스에게 물었지만, 회의 후에 알려주겠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엑, 이라는 김빠진 소리를 내며 왕좌에 앉은 기라에게 두가는 이제 시작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제라미도 앉은 것을 확인한 기라는 6왕국 평화 회의의 시작을 고했다.
"저기, 라클레스? 왜 기분 좋아 보여?"
"후후, 회의가 끝나면 알려 줄게."
"엑."
"그러면 기라 님, 이제 평화 회의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알겠어. 그러면 지금부터 6왕국 평화 회의를 시작할게. 오늘 안건은-"
*
6왕국 평화 회의가 끝나자마자 얀마는 라클레스에게 왜 이렇게 기분 좋냐 고 반쯤 비아냥을 섞으며 질문했다. 라클레스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똑같이 비아냥거리며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라클레스는 순순히, 평소처럼 얀마에게 비아냥 거리기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밝게 웃으며-얀마는 그 얼굴을 '세상에서 가장 밝아 보이긴 했는데 여태까지 했던 일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괴팍한 얼굴'이라고 회고했다-제라미와 기라를 제외한 이들에게는 폭탄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 이상으로 6왕국 평화 회의를 마칠게."
"드디어 끝났냐? 그러면 이제 뭘 하든 자유지. 야, 라클레스. 왜 회의 시작 전부터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거냐?"
"당연한 것을 묻는군. 아, 너희에게는 말 안 했었지."
"뭔데?"
"나와 기라는 바로 내일! 단 둘이서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갈 것이다! 즉, 형! 제! 끼리! 쇼핑 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름아닌 기라가! 먼저 가자고 부탁했지! 내가 아직 왕이었다면 반드시 오늘을 기념일로 삼았을 정도로 행복하고 기쁘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왕들과 측근들의 반응은 역시나 제각각이었다. 얀마와 시오카라는,
"•••뭐? 다진 문어가 드디어 어디가 이상해진 건가?"
"협박 같은 거에 당했나 싶어요•••."
"난 제정신이야•••. 아니, 이번에는 협박당하진 않았어!"
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고-당연히 기라가 반박했다-, 제라미와 게로우짐은,
"어이쿠, 기라가 한 말이 진짜였네."
"히, 히익, 갑자기 왜일까요•••."
"아니, 나도 가끔씩은 라클레스와 단 둘이서 쇼핑하고 싶어•••. 안 믿은 거야?"
"그럴 리가. 꿈인가 싶네."
"안 믿고 있잖아."
라며 제라미는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당연히 기라는 반박했다-. 히메노와 세바스찬은,
"세바스, 기라에게 정신 검사를 실시해야 할 것 같아."
"준비해 놓겠습니다."
"유감이지만, 제정신으로 말했어. 아까 전에."
기라에게 정신 검사를 실시해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역시나 기라는 제정신이라고 반박했다-. 리타와 모르포냐는,
"•••그런가. 축하해야 하나."
"드디어 사이좋은 형제 관계에 한 발짝 다가갔군요~"
"고, 고마워."
의외로 축하한다는 반응이었고-기라는 고맙다고 말했다-, 카구라기와 쿠로코는,
"•••라클레스 전이 드디어! 기라 전과 쇼핑을 갈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고마워. 아니, 보통 이런 반응이 정상 아니야•••?"
축하해줬다-당연히 기라는 고맙다고 말했지만, 카구라기의 반응이 정상이 아니냐는 말도 했다-. 두가는 당연히 제 일처럼 울었다.
"크흑!!! 드디어, 라클레스 님과 기라 님께서•••!!! 축하드립니다!!! 내일 국정 일은 저, 두가에게 맡겨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두가 씨."
다양한 왕들과 측근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라클레스는 이제 할 말 다 했으니 빨리 귀국하라고 재촉하듯이 말을 했고, 그 말에 얀마가 화나서 싸웠다는 것은 또다른 이야기이다.
*
라클레스가 얀마와 싸운 후, 뒷수습을 마치고-뒷수습을 하면서 둘이 자신에게 뒷정리라는 이름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기라의 정신은 온전하지 못했었다-집무를 하다가 밤을 샐 뻔한 다음 날 아침. 기라는 오전 5시에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지만, 오전 6시에 정말로 라클레스는 기라를 깨우러 왔고, 형의 애정표현인지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것인지 모를 표현으로 잠이 달아나 버린 기라는 1시간만 잤다.
"기~라~! 일어나!! 빨리 아침 먹고 가자~!!"
"으에?!"
"으에는 뭔 으에야? 약속했잖아!"
"이, 일어났어•••."
"일어났구나! 그러면 빨리 옷 갈아입고 식당으로 와. 구경할 곳이 많으니까! 그러면 나 먼저 식당에 가 있을 테니까, 빨리 와야 해? 아, 혹시 모르니까 일반인으로 분장하는 것도 잊지 마!"
"으, 으•••응."
'구경할 곳이 많아•••? 뭔가 불안한데? 그래도 지금의 라클레스라면 괜찮겠지!'
그렇게 라클레스는 식당으로 떠났고, 자연스럽게 방에는 잠이 부족한 채 힘이 없는 기라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그는 3분간 가만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었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 라클레스가 '구경할 곳이 많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 그래도 괜찮겠지라며 넘기고서는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은 기라는 라클레스가 기다리고 있을 식당을 향해 나섰다. 왠지 모르게 가슴에 설렘과 기대, 그리고 행복함이 흘러 넘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의 불안감도 함께.
*
아침을 먹은 후, 드디어 코카서스 카부토 성을 나선 둘은 라클레스의 손에 이끌려 곧장 액세서리 가게로 갔다. 이끌려서 가는 도중임에도 기라는 라클레스에게 간신히,
"허, 억•••! 라클레스으! 가게까지는 같이 가지만, 처음과 마지막에 들를 가게에선, 헉, 서로에게 비밀로 선물을 사는 건, 헥, 어, 때•••?"
라는 제안을 했고, 라클레스는,
"•••좋아. 선물은 모를 때 주는 것도 의미 있으니까."
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대화를 나눈지 몇 분 후, 둘은 가게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문은 열러 있었고, 둘은 그곳에서 잠시 헤어지고 서로에게 줄 악세서리를 골랐다. 변장한 보람이 있었는지, 가게 주인을 포함한 사람들은 그들이 왕족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알고 있었음에도, 둘이 함께 왔기에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라클레스는 이미 반지는 있으니까, 귀걸이가 좋겠지? 목걸이는 불편해할 것 같으니까 해주지 말자. 근데 귀 안 뚫었으니까 귀찌 종류가 나으려나. 아, 얀마가 하고 있는 거랑 비슷한 종류도 좋겠어! 이어커프라고 하던가? 그러면 그쪽 코너로 한 번 가볼까.'
라클레스에게는 이미 반지가 있기에 귀찌로 하기로 한 기라는 문득 얀마가 한 이어커프도 봐 보는게 좋겠다며 이어커프가 있는 코너로 갔다. 그 곳에서 라클레스가 좋아할 것 같은 이어커프를 발견한 기라는 바구니에 그것을 담았고, 옆에 있던 귀찌 코너에서도 골랐다. 그가 고른 어어커프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큐빅인지 보석인지 모를 것들이 교차로 박혀 있었고, 중간 부분에는 사슴벌레의 옆모습이 세밀하게 가공되어 있었다. 귀찌는 한 쪽은 붉은색, 다른 쪽은 검은색인 큐빅이 세트 같으면서도 세트 같지 않아보아는 신기한 것을 골랐다. 라클레스도 만족할 것 같은 디자인에, 기라는 계산대에 가서 결제했다. 마침 출구 쪽에 포장대가 있길래 예쁘게 포장까지 마쳤다. 다행히도 주변에 라클레스는 없었기에 선물로 무엇을 샀는지 라클레스가 알 순 없었다. 포장을 다 하고 포장이 구겨지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쇼핑백에 잘 넣은 기라는 킹스 핫라인으로 라클레스에게 나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며 밖으로 나갔다.
*
기라가 열심히 귀찌를 고르고 있었을 때, 라클레스는 반지 코너에서 반지를 고르고 있었다. 기라 성격 상 귀걸이나 귀찌는 불편해할 것이고 목걸이는 이미 있기에 반지로 정한 것이다. 반지 코너는 귀찌 코너에서 정반대 쪽에 있었기에 라클레스는 기라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껏 반지를 고를 수 있었다.
'•••기라는 분명 귀걸이 같은 것은 불편해하겠지. 활동적이니까, 귀에 뭐가 걸려있으면 귀에 상처가 쉽게 날 거야. 그렇다고 목걸이를 사주기에는 이미 있고, 기라가 번갈아 가면서 착용할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반지가 낫겠어. 특히 장식이 많이 달려 있다면, 주먹을 날릴 때 더 타격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좋아. 반지로 해야겠어.'
반지 코너에서 라클레스는 기라에게 어울릴 만한 반지를 열심히 골랐다. 기라에게는 붉은색이 어울리기에 루비, 가넷, 적색 스피넬 등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 위주로 골랐다. 원하는 보석이 박힌 반지는 라클레스의 생각보다 별로 없었지만, 열심히 찾은 덕인지, 라클레스의 마음에도 들고 기라도 무척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찾았다. 그 반지는 루비를 중심으로, 가넷과 블랙 다이아몬드가 교차로 있었으며 링 주위에는 스피넬이 박혀 있어서 누가 보기에도 값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 반지가 마음에 든 라클레스는, 즉시 그 반지를 바구니에 넣고 계산대에 가서 결제했다. 금액이 꽤 많이 들었지만, 라클레스가 누구인가? 왕족인지라 그런 금액은 큰 부담이 아니었다. 물론 기라는 아직까지도 값비싼 것에는 기겁하므로 라클레스가 선물할 반지의 금액을 듣는다면 기절할 것이 분명하기에 금액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계산을 다 했을 즈음, 기라부터 메시지가 와있었고, 그 메시지를 읽은 라클레스는 포장대에서 최선을 다해 포장했다. 기라의 마음에 들도록 포장까지 마친 그는, 기라가 기다리는 바깥으로 나갔다.
*
"그러면 이제 어디 갈까? 빵집?"
"빵집은 이미 케이크 주문이 되어 있지만, 양호원에 주고 싶다면 가자."
"•••그런데 양호원에 줄 케이크도 이미 주문했지 않아? 내 기억상 한달 간은 먹을 수 있도록 충분히 빵을 보냈을 텐데, 차라리 꽃집에 가서 꽃을 사는 게 나•••."
"이미 성에서 파티 할 때 꾸밀 꽃을 주문할 때 주문했었잖아. 굳이 더 주문할 필요가 있어?"
"아, 그랬지!! 그러면 어디 가지•••? 카페는 슈갓덤에 있는 곳은 다 가봤고, 다른 나라에 가면 뭔가 둘만의 시간이 없어질 것 같은데. "
"그런 곤란한 상황에 처한 나의 동생을 위해 준비한 형의 첫번째 선물이다."
"엥? 뭔데? •••이건?!"
밖에서 기다리던 기라와 합류한 뒤,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의견을 나눴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기라에게 라클레스는 그를 위한 첫번째 선물이라며 티켓을 건넸다. 그 티켓을 본 기라는 깜짝 놀랐고, 그런 기라의 반응에 더 놀라게 해주겠다는 듯이 라클레스는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슈갓덤 최고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지. 크리스마스라 내일 오전 6시까지 영업한다니까, 새벽까지 불태워보자. 어때?"
"•••좋아!! 놀이공원 가 본 적 없으니까!! 기대된다~!"
"좋아해서 다행이야, 기라. 그러면 가자!"
그 티켓은 다름아닌 슈갓덤 최고의 놀이공원 자유 이용권이었고, 무려 새벽까지 놀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 놀이공원에 가본적은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서는 없기에, 가겠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라클레스는 무척 흡족해하며 놀이공원으로 갔다.
*
놀이동산에 도착한 형제는 가장 먼저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다. 정확히는 라클레스가 끌고가고, 기라는 끌려간 것이지만. 기라는 끌려가는 와중에 놀이동산에 직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기에 궁금해서 라클레스에게 물었고, 라클레스는 의외로 순순히 답해줬다.
"라, 라클레스, 왜 여기에 손님은 우리뿐인 거야?"
"응. 사실 이틀 동안만 통째로 빌렸어."
"•••뭐? 그러면 자유이용권은 뭔데?"
"기분 내려고."
그리고 라클레스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기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전에 얼이 나갔었고, 라클레스는 그런 기라를 끌고 롤러코스터에 먼저 태우고 자신은 그 옆에 앉아서 기라의 손을 꼬옥 잡았다. 기라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그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고, 옆에 있는 라클레스가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다시 얼이 나갈 뻔했다. 그렇게 놀이공원에는 라클레스의 즐거운 비명과 기라의 절망까지는 아니지만 살려 달라는 비명이 메아리 쳤다. 겨우 내렸지만, 라클레스는 기라에게 9번만 더 타자고 졸랐고, 기라는 라클레스의 초롱초롱한 눈빛때문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둘은 롤러코스터만 20번을 타버렸다. 제아무리 라클레스라도 롤러코스터 20번은 무리였는지, 벤치에 앉아서 30분 정도 휴식했다. 휴식하면서 둘은 수다를 떨었다.
"헤, 헤헥, 죽겠어••••••."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
"응. 그러면 이제 뭐 타러 갈까?"
"범퍼카 타고 뭔가를 먹자. 그 후에는 회전목마도 타고, 회전컵도 타러 가자. 아, 중간에 출출하면 간식도 사 먹으면 될 것 같아. 어차피 이미 비용지불했으니까. 일단 저녁 11시 40분에는 관람차를 타러 갈 거야. 그동안에는 타고 싶은 거 마음껏 타자!"
"좋아! 그러면 범퍼카 다음에는 회전목마랑 회전컵 타자!”
“어지럽겠지만, 기라가 좋다면 상관없어! 체력 회복도 되었겠다, 이제 슬슬 범퍼카 타러 갈까?”
“그래! 그런데 라클레스, 왜 여기를 대관한 거야?”
“너와 단둘이서 이런 곳에 오고 싶었어. 원래는 크리스마스에 데려오려고 했는데, 내일은 파티 일정이 잡혀서 그냥 오늘 데려왔어.”
“그, 그렇구나. 정말 기뻐. 나는 라클레스에게 해준 게 없는데.”
“네가 나의 동생으로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뭐? 무슨 소리야?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진심이야, 기라. 네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행복했어. 물론 지금도 행복하고.”
“나, 나도 라클레스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 아, 몰라!! 부끄러워•••.”
“하하, 좀 심했나?”
“응. 그냥 범퍼커나 타러 가자.”
“우리 기라가 원한다면 가야지~!”
갑작스러운 라클레스의 고백에 기라는 당황했는지, 볼을 붉히며 범퍼카를 타러 갔다. 비록 둘뿐이었지만, 서로 신나게 즐겼다. 범퍼카가 서로 부딪치는 충격에 잠깐 휘청거릴 때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서로 부딪쳤다. 그러다 점점 흥이 오르는 바람에 튕겨져 나갈 뻔 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튕겨지지 않았기에 웃으며 지나갔다. 그렇게 격렬하게 범퍼카를 한 시간 정도 타고 나니 출출해졌고, 식사하러 식당에 갔다. 식당에는 둘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바로 준비되었다. 얼마 안 있어, 기라의 앞에는 기라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라클레스의 앞에는 라클레스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놓였다. 기라는 주문도 하기 전에 이렇게 빨리 음식이 나온 것에 라클레스에게 미리 예약 했었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라클레스의 흐뭇한 표정을 보자 그만두었다. 음식이 다 차려지자, 둘은 먹기 시작했다. 둘은 먹으면서 내일 파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내일 파티 말이야, 일단 준비는 다 했어. 모두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고. 남은 건 우리가 뭘 입을지 뿐이네.”
“그러면 나는 너와 세트인 옷을 입고 싶은데, 안 될까?”
“뭐? 아, 안 될 건 없는데, 괜찮겠어?”
“응. 형이 동생과 세트인 옷을 입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럴려나. 좋아! 그러면 라클레스가 골라 줘.”
“내가? 괜찮겠어?”
“응. 난 형을 믿으니까.”
“형? 방금 나 보고 형이라,”
“다 먹었지? 그러면 이제 다시 즐기러 가자!”
기라의 입에서 갑자기 ‘형’이란 단어가 나와서 놀란 라클레스는 기라에게 방금 자신을 형이라고 부른 거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기라는 말을 끊고 라클레스를 끌고 회전목마를 타러 갔다. 그렇게 회전 목마도 실컷 타고, 회전컵도 빙글빙글 돌리며-처음에는 라클레스가, 두번째는 기라가 돌리다가 교대로 돌렸다-놀이기구들을 어느정도 탄 둘은 간식을 먹으러 매점에 갔다. 역시나 둘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매점에 도착하자마자 둘의 앞에는 갓 만든 솜사탕, 콜팝, 회오리 감자 등이 놓여있었다. 기라는 뭔가 찜찜하긴 했지만, 라클레스가 기뻐해서 상관없나, 라고 생각하며 솜사탕을 먹었다. 매점에서 가져온 간식들을 먹으며 둘은 다음에는 뭘 탈지를 정하려고 했지만, 시계를 보니 하늘에는 별이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시간인 오후 1시 20분이었다. 둘은 신나게 노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시간을 확인한 라클레스는 이제 관람차를 타러 가야한다고 기라의 손을 잡고 관람차로 갔다.
*
관람차에 올라탄 둘은, 천천히 높아지는 경치에 감탄했다. 평소에도 성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바깥 풍경을 보지만, 관람차에서 보는 풍경은 색달랐다. 둘이 풍격을 바라보는 사이, 관람차는 꼭대기에 도달해 있었고, 꼭대기에 도착하자 멈췄다. 갑자기 멈추자, 기라는 당황했지만 라클레스는 눈을 감으며 시간을 가늠하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등 여유로웠다. 그런 라클레스의 모습에 그는 이미 관람차가 멈출 것을 알고 있었다, 고 확신한 기라는 따지려고 했지만, 라클레스는 한 발 먼저 기라에게 반대쪽을 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밖을 본 기라는 깜짝 놀랐고, 놀란 기라의 옆에서 라클레스는 기라를 향해 말하며 청혼을 하듯 한쪽 무릎을 꿇고 아까 구매한 반지를 기라에게 내밀었다.
“라클,”
“기라, 이제 반대쪽을 한 번 봐 봐.”
“뭐? •••와아!!!!”
“메리 크리스마스야, 기라. 무엇과도 바꿀 수도, 대체할 수도 없는 사랑하는 나의 동생. 내가 받은 가장 최고의 선물인 너를 위해 준비했어. 마음에 들어?”
라클레스의 말에 기라는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둘을 축복하듯이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둘이 바라보고 있는 쪽에 있는 놀이기구들은 트리 모양을 흉내 내듯이 작동하거나 꺼졌다.
“물론이지, 형! 메리 크리스마스야!!”
*
그렇게 둘은 관람차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라클레스는 기라의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관람차가 내려가는 사이에 기라는 아까 라클레스에게 타이밍을 빼앗겼다며 이어커프와 귀찌를 주었고, 기라가 준 선물을 보자마자 라클레스는 기라를 껴안았다. 기라도 라클레스를 껴안았다. 서로를 껴안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도착했다. 관람차에서 내린 둘은 관람차 앞에 있는 벤치에 가서 앉았고, 기라는 라클레스에게 이어커프를 끼워주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려서 기라는 만족했지만, 갑자기 쓰러졌다. 갑자기 쓰러진 기라를 본 라클레스는 갓 쿠와가타 제로를 호출하여 최대한 빨리 성으로 데리고 갔다. 성에 도착하자마자 라클레스는 의사를 호출했고, 황급히 달려온 의사는 기라를 진찰하더니 피곤해서 기절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라클레스는 허탈감을 느끼기는커녕 안도감을 느꼈고, 라클레스도 긴장이 풀려서 기라 옆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기절한 형제는 두가가 침실로 옮겼다.
그렇게 둘은 숙면을 취했고, 오전 12시에야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서로의 얼굴을 본 둘은 서로에게 미소 지었다.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표정을 정리하곤 파티에 참석할 준비를 했다. 파티는 오후 8시에 시작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라클레스는 기라에게 레서판다와 루돌프의 뿔이 섞인 것처럼 희한하게 생긴 머리띠와 루돌프 옷을 주었고, 산타 옷은 자신이 입었다. 서로 하나도 어울리지 않았던 탓에 한바탕 웃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괜찮을 것이라며 다른 복장으로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파티장으로 향하는 라클레스에게 기라는 파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정원에서 눈구경을 하자며 졸랐고, 기라의 애교에 넘어간 라클레스는 정원으로 갔다. 정원으로 가는 길에, 복도에서 보이는 창문 너머에 보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한듯이 화려하게 꾸며진 트리들과 지붕들이 아직 낮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밝게 빛나고, 아직도 내리는 눈은 그 빛을 받아 별처럼 반짝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을 멈춘 둘은 홀린 듯이 한동안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정원의 풍경도 숨막힐 듯이 아름다웠다. 정원에 가지각색으로 장식 되어있는 트리에 소복히 쌓인 눈과 벽에 장식된 전구에서 나오는 빛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그 풍경을 조금 더 감상하려고 벤치에 앉은 둘은 경치와,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과 밑에서 들리는 캐롤 소리를 조용히 즐겼다. 그렇게 몇시간이고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두가가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라클레스님, 기라님,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해서 송구스럽습니다만, 파티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벌써? 여기까지 알려주러 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두가 씨.”
“아닙니다. 그러면 저는 먼저 가 있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두가.”
두가가 떠난 후, 슬슬 파티장으로 가려고 일어선 라클레스를 갑자기 기라가 눈이 쌓인 곳으로 밀었다. 눈이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해서인지, 라클레스는 생각보다는 아프지 않았지만 놀라서 토끼 눈으로 기라를 쳐다보았다. 그에 기라는 당당하게 관람차에서 했던 것을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라클레스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라클레스에게 속삭였다.
“메리 크리스마스야, 라클레스. 내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럽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형. 형이야말로, 내가 여태까지 받은 선물들 중에 가장 최고의 선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