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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이야기 > - 유이

가면라이더 세이버(2020) / 카미야마 토우마 & 루나 & 후카미야 켄토

어둠뿐인 공간. 이대로라면 갇혀 평생을 나가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면 밖에 있는 동료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소중한 사람들은? 나는 이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건가?

토우마는 점차 기운이 빠지는 몸에 눈을 감았다. 그때 익숙한, 절대 잊지 못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바로 앞에 켄토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똑같은, 그렇지만 얼굴에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시선을 맞추고는 켄토는 살짝 미소를 지어줬다.

‘토우마.’
‘켄토…?’
‘내가 널 동료들의 곁으로 보내줄게.’

켄토는 토우마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의 손은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토우마가 말하기 전에 켄토는 그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마치 우주 공간에 떠있는 것처럼 토우마가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토우마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까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작은 빛의 점이 보였다.

‘너는 아직 해야 할 게 있잖아?’
‘그럼 켄토는?’
‘나는…….’

켄토의 모습은 서서히 작아졌다. 다시 켄토의 쪽으로 가고자 토우마는 손을 뻗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대신 토우마에게 보였던 빛의 점은 점차 커져만 갔다.

*

토우마는 본인을 애타게 소리쳐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루나. 토우마가 어릴 때 어디선가 나타나 켄토와 같이 셋이 오랜 시간을 보냈던 그녀였다.

토우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큰 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고 바닥에는 풀이 넓게 깔려 있었다. 둘은 지금 가장 큰 나무의 그늘에 있었다.

“켄토는?”
“켄토? 그야 오늘 할 일이 있다고 외출 중이잖아. 토우마도 참. 벌써 보고 싶어진 거야?”

루나는 토우마의 옆에 무릎을 굽히고 몸을 숙이더니 드레스를 정돈해서 제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흰색 드레스에 풀 조각들이 붙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떼어서 다시 바닥으로 놓아주었다.

“응. 조금. 사실 꿈에서 켄토를 봤거든.”
“무슨 꿈을 꾸었길래? 미간에 주름까지 만들고. 역시 어제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그래도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걱정시켜서 미안.”
“켄토도 그렇고. 둘은 정말 닮았다니까.”

루나는 토우마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다.

“그럼 아까 전의 이야기를 마저 할까?” 
“…무슨?”
“신년에, 그러니까 1월 1일은 셋이서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었잖아. 작게 파티도 하고.”

토우마는 기묘한 느낌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가? 뭐 어떤가. 카미야마 토우마는 이 즐거운 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그래, 그랬었지. 미안, 루나.”
“정말. 토우마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던 거야.”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하네.”
“기대해도 좋을 거야. 이번에도 특별한 주인공을 준비해두었거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이 모여서 먹을 저녁 식사는 무슨 메뉴가 좋을지, 라던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던 토우마는 그녀가 하는 말에 잠시 멈추었다.

“토우마, 이만 일어나야지.”

루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직후 쏟아지는 환한 빛. 토우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

토우마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원고를 쓰다가 잠들었는지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몇 자 적히지 않은, 살짝 구겨진 원고지와 펜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린타로와 메이의 모습이 보였다. 둘은 같이 근처 마트 로고가 박혀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켄토와 루나와 같이 셋이서 본 그 책이 펼쳐진 채로 시선에 들어왔다.

“루나…?”
“토우마?”
“토우마씨?”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토우마에게 집중되었다. 토우마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린 모자를 고쳐 썼다.

“계속 루나씨의 이름을 부르시던데, 꿈에서 만나기라도 하신 건가요?”

아무것도 아니라며 토우마는 기지개를 켰다. 어깨에 힘을 준 채로 잠들었는지 살짝 뻐근한 것만 빼면 몸은 개운한 편이었다. 무슨 꿈을 꿨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토우마는 우선 스트레칭을 조금 했다.

“둘이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신년 이야기요. 메이씨가 이벤트로 무언가 준비하셨다고 하시길래. 그리고 부탁하신 토시코시소바 재료, 사 왔어요. 내일이라 그런지 별로 없더라고요. 새해가 오기 전에 한 해의 나쁜 운을 다 끊어버린다는 의미로 먹는 소바… 책으로만 읽어봤고 직접 먹어본 적은 없었는데, 맛이 궁금하네요.”

검은 토끼의 해라니 이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자면서 메이는 잡화점에서 사 왔다고 검은색 토끼귀 머리띠를 꺼냈다. 본인은 귀여운 건 절대 어울리지 않을 거라며 거절하는 린타로에게 기어코 씌워준 메이는 잘 어울린다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휴대폰을 꺼냈다.

딸랑, 문에 달아둔 종이 흔들리며 소리가 났다. 문가를 바라보니 또 다른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세이버로써 지내면서 알게된 소중한 동료들. 토우마는 그들을 맞이해주기 위해 펜을 책상 위에 내려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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