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 특촬 합작
< 내일을 향해 > - 리아
가면라이더 오즈(2010) / 히노 에이지
에이지 군, 사막이야? 응, 지금은 사막이야. 덥진 않니? 추울 땐 추워요. 여, 히노. 밥은 잘 챙겨 먹고? 그럼요. 옷도 따뜻하게 입어야 해! 연구는 좀 진전이 있었어? 이번 새해는 같이 못 보내서 아쉽네...
자, 잠깐. 진정하고 한 분씩...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간만에 정다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좁은 화면에, 가게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옹기종기 모인 모두를 향해 에이지는 진정하라는 듯한 손동작을 보였다. 그제야 모두가 전화의 주인공인 에이지를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이쪽으로 넘어오겠어요. 혹자는 이를 소란이나 난동 따위로 부를지도 모르지만, 에이지에게는 그저, 조금은 그리운 일상일 뿐이었다. 간단한 안부 인사와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다 같이 손을 밝게 흔들어 주는 걸로 전화를 마무리했다. 냅다 모래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그것도 지금은 단종된 기종이다.-에는 자잘한 모래 알갱이가 묻어 있었으나, 손으로 대충 털어낸 에이지는 꽤나 너덜너덜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공휴일이나 연말에는 일본, 쿠스쿠시에로 돌아가 모두와 함께하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물론 어겨도 뭐라 하는 이는 없다만. 에이지는 되도록 이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 했다. 늘 타국에서 홀로 지낼 에이지를 걱정하는 시선. 주기적으로 오는 안부 문자들. 무엇보다 에이지 본인이 이것들을 부담으로 여기기보다는 되레 감사히 받아들여서. 모국어로 대화하고 마음 편히 누워 쉴 곳이 있다는 사실은 타지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분명. 나만 해도 코우가미의 연구 지원을 받고 의식주를 보다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마음의 안정감은 단순히 잘 차려진 공간에서 나오는 건 아니니까. 그렇기에 올해 새해도 동료들과 함께할 예정이었다. 예정이었다만......
미안하네, 히노 군. 오즈 장착자인 자네가 지금 빠지는 건 조금 곤란해.
라는 코우가미 회장님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사막에, 현재 메달 연구를 하고 있는 곳에 남기로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여러 복잡한 실험을 요하지만, 도출된 결론이 조건에 적합한다면 연구는 막바지에 다다른 거나 다름없다. 방금의 전화로 아쉬운 통보까지 전한 에이지는 코우가미에서 마련해준 임시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을 때마다 떨어진 모래인지, 바닥에 널리고 널린 모래인지. 발 끝에서 기분 좋게 사르르거려 에이지는 더욱 힘찬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에이지는 곧 서른이 된다. 벌써 서른이냐며 세월의 속도를 실감하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에이지 스스로도 자신이 벌써 서른이라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았다. 이제는 본명보다도 히노 에이지라는 가명에 더 익숙해지고, 어디까지고 닿는 손으로 모두를 구하고 있는데. 갈피를 잡지 못해 안에서 썩혀만 가던 스무 살의 자신을 떠올리면 조금은 부끄러워질 정도로 서른 살의 히노 에이지는 성숙한 사람이었다.
다만 에이지는 가끔, 자신이 이제 막 성인이 된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앙크와 함께한 모든 시간은 아직 어제에 있었다. 앙크가 아는 에이지도, 에이지가 기억하는 앙크와의 오늘도. 전부 해낼 순 없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이든 해내려 했던 나날들이. 에이지는 앙크를 처음 만난 날 자신의 욕망은 이루어진 거라며 종종 씁쓸하게 웃곤 했다. 에이지는 더 이상 앙크에게 주고 싶은 것밖에 없었다. 늘 에이지가 건네주던 소다 맛 아이스. 앙크가 만족할만한 욕망. 신체. 생명. 마치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는 양 딱딱 들어맞던 그날의 상황은 곧 에이지의 여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앙크의 죽음의 의도된 바는 아니었으니. 네 진정한 욕망이 죽음으로써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숨을 불어넣어 주는 게 내 일이겠지. 그렇기에 에이지는 더더욱 앙크와의 내일을 고대했다.
10년간의 공백의 좌절감보다는, 10년간의 공백을 채울 내일의 기대감을.
앙크가 좋아하는 아이스, 한가득 사줄 테니까. 에이지는 반대쪽 주머니에 고이 모셔둔 타카 메달을 태양 아래 조심스레 꺼냈다. 익숙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답을 기다리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약속한 거다, 에이지. 나중에 무르지나 마. 돌아오는 답은 당연히도 없었지만 에이지는 후련한 표정을 하고 온기가 남아있는 손으로 부서진 타카 메달 하나를 담아냈다. 네 대답 정도는 예상할 수 있으니까.